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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만나고 싶었습니다 안예모 의학자문위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임동규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16-12-30 15:15:02    조회: 2,491회    댓글: 0

만나고 싶었습니다 안예모 의학자문위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임동규

 

»»류재천 (셀프케어 / 대표)

 

  지리산 자락이 보인다. 잔뜩 흐린 하늘에서 비가 이슬처럼 왔다가 갔다가 한다. 더운 날씨에 얼굴에 맞기 참 상쾌한 방울이다. 대전통영고속도로 단성IC를 나와 굽이굽이 낮은 지리산 자락을 돌아,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산등성이 길을 따라 조심조심 올라가서 차를 세웠다. 찾아오는 길을 어느 정도 메모해놓지 않았다면 꽤나 헷갈릴 길이다.


  임동규 선생댁은 지리산 아랫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통나무집이다.
  마루에서 바라보니 눈앞이 탁 트인다. 마침 비가 멈추고 햇살이 비친 다. 눈을 시원하게 씻은 느낌이다. 여느 농부의 집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농기구와 액비통, 농기계가 보이고, 감나무들이 집을 둘러싸고 있다. 자연농법이라고 말하기 좀 창피하여 요즘은 방치농법으로 키운다고 말한다는 텃밭에는‘ 방치’된 작물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그냥 두리뭉실하게 ‘쌈채소’로 불리는 이 아이들의 꽃은 참 예쁘다.


  곶감 농사꾼 아니랄까봐 산청곶감 자랑을 한다. 한번 맛보면 다른 곶감이 맛없어진다고 한다. 산청곶감은 임금님 진상품이었다고 한다. 

 

  ‘풀도 거의 베지 않는 지리산 산청 유기농 감을 꼭 먹고야 말테야!’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맛있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옛날 전국 방방곡곡 맛있는 것만 갖다 드셨던 조선의 임금님들은 각종 성인병에 시달렸다. 조선 임금들의 병은 대부분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성인병과 비슷하다. 많이 먹고, 기름지게 먹고, 안 움직여서 생기는 병인 것이다. 임금들은 최고의 의료진이 항상 옆에서 뒷간까지 지키고 있었다. 허준 같은 주치의가 붙어있어도 그들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았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교수였던 존 폴킹혼은 주치의가 붙어있었기 때문에 왕들의 수명이 짧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항상 의료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란다. 어쩌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의사는 ‘멀수록’ 좋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최고였던 시대도 가고, 이제는 일부러 도정을 하지 않은 거친 현미밥을 먹는 것이 건강식의 기본처럼 많이 알려지고 있다. 임 선생은 이런 현미채식을 환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 밥상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진기를 집어던지고 그 손으로 곶감을 만들고 있는 이 가정의학과 의사는 서울이 고향이고, 이곳 경남 산청에 오기 전까지 도시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아내와 딸까지 데리고 지리산 자락에 들어선 이유는 무얼까?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지금은 엄청 좋은 대학에 다니는)은 학교는커녕 엄마, 아빠와 2년 반 동안 집을 지었다고 한다.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어쩌면 그래서 더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선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자연치유보다 가족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따라오게 됐는지가 더 궁금하네요.
 

  아내는 도시의 번잡스러운 생활을 원래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내려오기 몇 년 전부터 텃밭을 구해서 조금씩 경작을 하고 있었구요. 내려오는 것은 갑자기 결정한 것이지만, 그 전부터 그런 생각과 친숙했었던 것 같아요.


  대입 성적을 보면 일반 대중의 직업 선호도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의사의 수입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안정적이고 좋으니까 의과대학 가려고 그렇게 난리인 것이다. 수입으로만 따지면 농부와 의사를 비교하랴. 우리네 삶이 별로 가진 것도 없으면서 그 꼭쥔 손을 펴기 힘든 법이다. 두 내외가 그걸 탁 놓아버리는 것을 보면 그냥 필부필녀는 아닌 듯싶다.


  시골도 시골 나름이다. 여긴 조금 많이 시골이다. 시골이라기보다는 산에 가깝다. 그냥 새소리, 풀소리, 벌레소리가 모든 것이다. 적막하다. 작은 산짐승은 동물원 수준이고, 딱 멧돼지 만나기 쉬운 그런 산자락이다. 아이는 어땠을까?


  따님은 어땠습니까? 사춘기가 시작될 때쯤 이사를 온 것 같은데, 갑자기 다니던 학교도 못 가게 되고, 주변에 딱히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심하지 않았을까요?


집짓느라고 심심해할 겨를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일어나면 집짓기 시작해서 하루종일 이것저것 식구들과 같이 있었죠. 처음 내려와서는 저녁밥 먹으면 피곤해서 잠들기 바쁜 하루였죠. 원래 우리 부부가 기존 학교 교육의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학교는 다니고 있었지만, 주위에서 어울리는 친구들은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어울렸어요. 친한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이니까, 학교 안 가는 것이 뭐 그리 특별한 일로 여겨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내려와서는 종종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만 모여서 하는 ‘홈스쿨 여름학교’ 같은 곳에 가서 아이들과 어울리거나 공부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꽤나‘ 특별한 의사’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쓴 책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를 보면 이 의사는 이렇게 고백한다.


  2002년 당시 45세였던 나는 167cm의 키에 74kg의 몸무게, 허리둘레 34인치였다. 술과 담배를 즐기고, 고기와 단 것을 좋아해서 외식이나 간식을 자주 했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에 움직이기 싫어해, 누워서 TV를 보고, 재떨이를 발로 끌어당길 정도였다.
  나를 괴롭히던 질환은 만성 중이염에 만성 축농증, 잦은 위염,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대장염 등으로 거의‘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 할 정도였다. 혈압은 145/95로 고혈압 초기였고, 대장내시경 결과 용종이, 복부 초음파를 통해서는 지방간 소견이 있었다. 잦은 저혈당 증상에 만성 변비, 치질로 고통 받았으며, 땀을 많이 흘리고, 잔기침이 잦다 보니 만성 피로에 시달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했다.


  이야기를 성기게 들으면 여느 사람들처럼 자기 몸이 안 좋아서 자연치유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 같지만, 시작이 특이하다. 대충 그 나이에 그런 사람들 많으니까, 나이가 먹으면서 그냥 중후해지고, 조금씩 병도 있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단다. 증상이 죽을 정도로 아주 심한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아내가 읽고 있던 여성학 관련 책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읽다가 보니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거예요. 밤새 책을 읽고 나니까 뭔가 정신이 차려진 느낌이었어요. 내가 참 남자라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가 수많은 정신적 질환을 겪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실제로는 사회적 질환이거든요.


  자기도 모르게 사회적 질환을 겪거나 일으키는 거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일종의 자기성찰 같은 것을 했어요. 병에 대
해서 지금까지 생각하던 접근법이 아닌 다른 접근법에 눈을 돌리게 된 거죠. 그러면서 서서히 자연치유법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 과정에서 <음식혁명>을 읽게 됐어요. 책을 손에서 놓자마자 바로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쓰레기통에 버렸죠. 그리고 그 다음부터 바로 거의 비건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비건은 채식 식사에서 고기, 우유, 계란, 생선과 그 부산물을 모두 먹지 않는 식사법이다. 일반적으로 채식인 중에는 고기를 안 먹는 사람, 고기와 생선을 안 먹는 사람, 두 개는 안 먹지만 새알이나 우유는 먹는 사람, 우유만 허용하는 사람이 있다. 비건은 이런 것들을 다 안 먹는 사람을 말하는데, 지금은 그런 식사를 통칭하는 식으로도 쓰인다.


<음식혁명>을 쓴 존 라빈스는 유명한 환경운동가이자 채식인이다. 우리나라에도 동네방방곡곡에 이름을 붙여놓고 있는 베스킨 라빈스아이스크림을 만든 창업주의 유일한 아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수천억 짜리 회사를 안 물려받고, 환경운동과 채식을 선택했다. <음식혁명>은 채식에 대한 건강적 관점뿐 아니라,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의 중요성은 그렇다 치고,‘ 안 먹으려면 혼자 안 먹지, 냉장고에 있는 것을 한꺼번에 다 치울 것은 뭐람.’ 채식을 선택한 과정을 들으니, 또 가족의 반응이 궁금했다.

 

*** 이 기사는 여기서 줄입니다. 이 자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계간 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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