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남 A산부인과에서 실시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은 전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신규 접종 문의자는 거의 없었고 1~2회 접종자 중에서는 추가 접종 해지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총 3회 접종을 해야 한다. 환자 중에선 "부작용이 심각한 약을 어떻게 권할 수 있느냐"며 항의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부작용에 관한 통계가 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이후 일선 병원에선 백신 접종 문의가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다. 자궁경부암 백신 유해성 논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지난달 CNN은 미국 질병관리본부를 인용해 가다실 관련 유해 사례가 미국에서 총 7802건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가다실은 2006년 6월 미국에서 승인돼 지금까지 약 800만명이 접종했다.

유해 사례 7802건 중에는 사망도 15명이 포함돼 있다.

`유해 사례`라는 용어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이 이 보도를 접한 대부분 사람은 자궁경부암 백신이 위험한 약이라는 인식을 갖기 쉽다. 일반인이 통상 약물 부작용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매우 심각한 것이어서 한 가지 약에 이 같은 부작용이 7802건이나 생겼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유해 사례`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약물 부작용 개념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약물 부작용을 `유해 사례`와 `약물유해반응` 두 가지 수준에서 정의한다.

유해 사례는 해당 약물과 직접 연관성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약을 먹고 생긴 신체이상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극단적인 예로는 백신 접종 후 개에 물려 다쳤더라도 유해 사례에 포함된다. 실제 가다실 유해 사례에 포함된 사망사고 중에는 교통사고와 자살 등이 들어가 있다.

가다실 접종이 교통사고와 자살 원인이 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만일의 상황을 상정해 연관성을 규명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연관성이 확인된 약물 부작용은 `약물유해반응`이 된다.

즉 유해 사례는 인과관계로 걸러지지 않은 최초 부작용 사례 수집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유해 사례는 어떤 약물도 피해갈 수 없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우리나라에서 한해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사람이 4000여 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제때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했더라면 상당수가 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과관계도 검증되지 않은 유해 사례 때문에 효과가 확실한 접종을 회피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예방 효과는 성경험 이전에 접종할 때 극대화한다. 가다실에 대해 식약청이 인정하는 유효성 연령대는 만 9~26세다. 지난달 식약청에서 시판허가를 받고 다음달부터 가다실과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갈 예정인 GSK `서바릭스`는 10~25세다. 그러나 성경험이 없는 10대나 20대 여성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가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

실제 우리나라에선 기혼여성이 자궁경부암 백신 수요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성경험 있는 기혼여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해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송용상 서울대병원 교수는 "성경험 이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 이후라도 맞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젊은 사람들에 비해 면역반응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바릭스 면역원성 결과를 보면 55세 여성에게서도 청소년기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바릭스 면역원성 자료는 `사용상 주의사항` 항목에 추가로 기재돼 의사 재량에 따라 26세 이상 여성에게서도 백신을 처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가다실 역시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4~45세 여성 3800명에게 접종한 결과 전체 여성 중 91%에서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9~26세 여성 99%보다는 떨어지지만 독감백신 예방 효과가 40% 선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