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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업데이트] 美·英백신 신속 승인한다는데...전문가들 “팬데믹 상황만 악화시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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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업데이트] 美·英백신 신속 승인한다는데...전문가들 “팬데믹 상황만 악화시킬뿐”

2020.08.31 16:10
러시아가 개발해 세계 최초로 등록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티크V’. 양산 체제에 들어가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한다. 러시아 보건부 제공.
러시아가 개발해 세계 최초로 등록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티크V’. 양산 체제에 들어가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한다. 러시아 보건부 제공.

영국과 미국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선 국가들이 현재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승인 절차를 통해 이르면 연내 신속히 허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전세계적 팬데믹 상황을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티브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임상3상 시험이 끝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당국도 지난 28일(현지시간) 전례없는 빠른 속도의 규제 절차를 마련해 어떤 백신이라도 긴급하게 승인할 수 있는 비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상 백신 허가의 경우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만명 규모의 임상3상 시험 과정을 거친다. 대규모 임상을 하지 않을 경우 자칫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돼야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이 앞다퉈 빠른 속도로 임상3상 시험 전이라도 긴급 허가 가능성을 내비친 데는 그만큼 감염 확산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지난 8월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등록을 마쳤다고 밝히면서 백신 개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하반기 대선이 있는 만큼 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대선을 겨냥해 코로나19 백신을 앞당겨 허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발중인 백신의 면역 활성화 효과가 최소 30% 이상이어야 하고 충분하고 종합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 섣불리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처드 페토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겸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관련 자문위원은 “현재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허가를 둘러싸고 민족주의적 접근과 자본주의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같은 접근은 다양한 백신들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줄 것”이라며 “우리는 효과가 있는 백신이 필요하고 효과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 경쟁으로 충분히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이 출시되면 그 이후 상용화될 백신들도 충분한 효능을 갖추지 못한 채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전세계적 유행인 팬데믹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중인 백신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처럼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지역에서 임상3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임상3상에 속도가 붙은 만큼 백신의 효능도 보다 빨리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영국 정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면 올해 안에 백신을 허가할 수 있도록 비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옥스퍼드대 측은 올해 말까지 의약품 허가 및 규제 당국에 제공할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페토 교수가 속한 WHO의 백신 임상 관련 전문가 그룹은 지난주 의학학술지 ‘랜싯’에 “형편없는 백신은 백신이 없는 것보다 더 좋지 못한 것”이라며 “이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스스로 더 이상 감염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멈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효과가 불분명한 백신을 접종받으면 자신에게 면역력이 생긴 것으로 생각하고 코로나19 유행 통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그룹은 또 전세계 의약품 관련 규제 당국에 면역 효과가 30% 미만인 백신을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WHO의 지침을 지킬 것을 요청했다. 최소 예방 효과가 50%라는 데이터가 입증돼야 백신으로서의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규제 당국인 식품의약국(FDA)가 이같은 지침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기준에 못미치는 백신을 허가하라는 정치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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