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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입자 발견된 독감백신 61만 5000개 회수…식약처 "안전성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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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입자 발견된 독감백신 61만 5000개 회수…식약처 "안전성 문제 없어"

2020.10.09 19:32
독감 백신 접종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독감 백신 접종을 맞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백신’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의 내용물에서 하얀 입자가 발견돼 이와 관련된 제품 61만 5000개를 회수한다고 이달 9일 밝혔다. 한국백신이 생산에 특정 업체의 주사기를 활용한 백신 일부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큰 햐얀 입자가 발견된 것이다. 지금까지 이 백신을 맞은 이들은 총 1만 7812명으로 이들 중 1명이 국소통증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검사와 전문가 자문을 거쳤을 때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국민 안심차원에서 업체가 백신을 자진 회수한다고 밝혔다. 백신의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달 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백신’의 인플루엔자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의 4개 제조단위 총 61만 5000개에 대해 이달 9일부터 해당 제조사가 자진 회수한다”고 말했다. 제조단위는 같은 조건 아래 만들어진 균일한 특성 및 품질을 갖는 제품을 뜻한다. 한 제조단위 내 제품은 같은 제조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달 6일 경북 영덕군 보건소에서 제조번호 PC200701의 ‘코박스플루4가PF주’ 제품 안에서 하얀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식약처에 접수됐다. 이후 이를 수거해 검사하고 제조사 현장조사와 콜드체인 분석, 전문가 자문, 관련 제품 수거 검사를 실시했다. 해당 업체에는 자체 조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신고 제품과 같은 제조번호 백신을 보건소와 한국백신 영업소에서 수거해 검사한 결과 하얀 입자가 확인됐다. 눈으로 보이는 75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크기 이상 입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단백질이 99.7%, 실리콘 오일이 0.3%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올해 백신을 6개 제조단위 90만 개를 생산했다. 업체는 백신 원액을 주사기에 충전하는 공정에서 2개 회사에서 공급받은 주사기를 썼다. 6개 제조단위 중 2개는 A사의 주사기를, 4개는 B사의 주사기를 썼다. 품질기록 확인 결과 미세 입자수가 모두 기준치에는 적합했지만 B사 주사기를 사용한 제품에서 더 높았다. 제조사가 보관 중이던 6개 제조단위 검체를 모두 조사한 결과 B사 주사기를 사용한 한 개 제조단위(제조번호 PC200701)에서 하얀 입자가 확인됐다.

 

식약처는 국가출하승인 당시 보관하던 보관품과 유통품 6개 제조단위에 대해 추가 수거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B사의 주사기를 사용한 두 개 제조단위(제조번호 PC200701, PC200802)에서 하얀 입자가 확인됐다.

 

식약처는 백신의 주성분인 항원 단백질이 뭉쳐 입자를 만드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색 입자는 백신의 구성 성분과 주사기 제조방법 등의 차이로 달라붙거나 뭉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유통 중에 물리적인 영향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 입자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자문에 참여한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브리핑에서 “8일 저녁에 전문가 10명이 화상 자문회의를 거쳤다”며 “하얀 입자는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서 백신 항원 단백질이 응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백신에 사용되는 구성 성분의 농도나 백신을 제조하거나 용기를 제조하는 이런 과정 중에 사용되는 약물 산이나 실리콘 처리에 그러한 과정 중에서 이러한 응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유통 중에 물리적인 영향, 온도와 같은 상황에 의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응집체가 나타나는 것이 굉장히 드문 상황은 아닐 수 있고 또 일부 백신은 장기간 보관하였을 때 약간의 응집이 발생할 수 있다”며 “드문 일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좀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하얀 입자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것이 항원이 모여져 있는 항원단백질의 응집체가 맞다면 주사한 부위에 나타나는 통증이나 발적이나 부종과 같은 염증반응 이런 국소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더 올라갈 수는 있다”면서도 “전신적으로 나타나는 이상반응의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효능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이견이 있는 부분도 있었다”며 “만약 항원량의 차이가 없다면 효능에 있어서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일단 모여진 의견”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2~8도 사이에 보관해 운반해야 하는 콜드체인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소에서 8월 31일과 9월 3일 한국백신 영업소까지 운송하는 동안 차량 온도기록은 3.3~6.1도였다. 운송받은 날부터 이달 6일 수거일까지 냉장보관소에서 확인된 온도기록은 3~6도였다. 제조사에서 도매상을 거쳐 영덕군 보건소로 운송하는 동안 온도기록은 4~6.1도, 수거일까지의 냉장보관소 온도기록도 3~6도로 모두 적정 온도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검사와 점검, 전문가 자문을 종합할 때 ‘코박스플루4가PF주’의 효과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제조사가 국민 안심차원에서 백색 입자가 확인된 2개 제조단위에 대해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주사기를 사용한 2개 제조단위에 대해서도 먼저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

 

이번에 회수하기로 한 백신을 맞은 이들은 이달 9일 오후 3시까지 1만 78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대상자 7018명과 일반 유료접종자 1만 794명이다. 식약처는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사례는 국소통증 1건”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질병관리청과 협조해 해당 제조단위가 공급된 의료기관 등에 신속히 회수 관련 정보를 알리겠다”며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의 사용을 중단할 것과 업체의 회수에 적극 협조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 백신 우선접종 권장대상자는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즉시 보건소나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https://nip.cdc.go.kr)로, 백신 유료접종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홈페이지(https://durgsafe.or.kr)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식약처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전에는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잘 확인하고 사용 전에 충분하게 흔들어 사용해 달라”며 “육안으로 살펴보고 변색이나 침전 등이 있을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백색 입자와 관련성 있는 시험항목에 대해 국가출하승인 단계에서 검증을 강화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이와 같은 사항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에서 하얀 입자가 발생한 사례는 과거 2012년 노바티스에서 제조한 독감 백신때도 있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이 처장은 “당시에 이탈리아,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것을 수입해서 썼는데 문제가 있어서 잠정적으로 수입을 중단한 그런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바이러스를 만들 때 쓰는 유정란의 성분이 응집된 사례로 분석됐다. 이후 노바티스가 발표한 제조분석보고서에 근거해 다시 사용을 재개했다. 이 처장은 “식약처에서도 이번 이 백색입자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콜드체인 문제로 공급이 중단됐던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이달 13일부터 다시 재개한다고 8일 발표한 다음날 백신 품질 이상 문제가 발생하면서 백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처장은 “백신접종 물량에 대해서는 질병청하고 지속적으로 저희가 논의하고 있다”며 “논의한 결과를 조만간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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