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어머니, 백신접종 후 급격하게 건강악화
질병관리청 미흡한 매뉴얼·정부 소통부재 문제
인과성 관련 증거제출에도 증거불충분으로 판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2년째다. 현재 백신 완전접종자는 4000만여명, 전체 인구 중 78%에 달한다. 백신 접종자가 늘자 일상 복귀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미접종군’이 ‘완전접종군’에 비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2.7배, 코로나19로 인해 위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은 22배,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할 위험은 9.4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부작용 확률은 어떨까. 산술적으로 1000만 명 당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이 나올 확률은 5000명, 중증·사망은 100명 정도다.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19 백신의 이상반응이 전체 접종자의 0.5%이다. 이렇듯 부작용 확률은 낮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영구적인 장애를 입을 수도 있고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철저한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고 긴급하게 도입된 만큼 부작용에 대한 설명과 사후 대책 역시 마련돼야 함이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백신 피해 호소에도 정부가 미흡한 대처와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며 분노를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다. <투데이신문>은 백신 피해 주장 유가족부터 중증환자 가족, 코백회 대표, 변호인 등 총 5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백회 이은석 제주지부장 ⓒ투데이신문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 이은석 제주지부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정훈 기자】 최근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후 장기 괴사 및 악성림프종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는 국민청원글이 올라와 ‘백신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이 글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하고 사지마비가 온 간호조무사, 화이자를 접종하고 사망한 고등학생, 모더나를 맞고 뇌출혈로 쓰러지신 중년 여성 등 꾸준히 국민청원 사이트에 백신부작용에 관련된 글들이 계속해서 게시되고 있다.

코백회 이은석 제주지부장(38) 역시 백신 부작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의 어머님(64)은 지난 6월 7일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후 바로 발열,구토 증상을 보였으나 119의 안내로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이후 백신 접종 일주일째 되는 날 구토와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입원하게 됐다. 입원당시 주치의가 장염진단을 내려 장염치료를 받았다가 뇌출혈이 발생해 수술을 진행했으나 6월 30일 고인이 됐다.

본보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백신 피해자 지원대책 토론회에 참석을 위해 상경한 이은석 지부장을 만나 백신 피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코백회 대표들이 삭발을 하고있다. 오른쪽 이은석님 ⓒ뉴시스
10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삭발을 하고 있는 코백회 제주지부장(오른쪽) 등 코백회 회원들 ⓒ뉴시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주도에서 경찰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코백회 제주지부장 이은석입니다.

Q. 평소 어머님의 건강상태는 어땠습니까.

저희 어머님은 매우 건강하신 분이셨어요. 교회에서 어르신들이랑 등산도 같이 갈 정도로 건강했습니다. 1종 면허가 있으셔서 트럭 운전도 문제없이 잘 운행할 정도였어요. 다만 30년 전 자궁암을 조기에 발견한 후 치료를 위해 호르몬 약을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는 것 외에는 입원치료를 따로 받으신 적도 없었습니다. 6개월 전 CT촬영에도 문제가 없으셨던, 아주 건강한 어머님이셨어요.

Q. 입원 후에는 차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담당 주치의는 머리나 다른 부위에 별다른 증상이 안 보인다며 장염 진단을 내리더라고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장염치료를 한 지 3일째 되던 날 병원에서 어머님이 의식을 잃었다며 연락이 왔어요. 어머님과 불과 3시간 전에 전화통화를 했었는데 말이죠. 코로나19로 면회도 할 수 없었던 지라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부랴부랴 병원에 가니 의사가 2주 안에 돌아가실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정말 황망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후 어머님은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고 뇌출혈 의심 소견을 받아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수술을 했습니다.

Q. 수술을 받으셨음에도 결국 목숨을 잃으셨는데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한테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하면 아무도 안 믿어요. 그 건강한 사람이 왜 그렇게 됐냐며 주변 사람들도 믿지 못해요. 한편으로는 왜 하필 우리어머님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게 백신 부작용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8월 백신 부작용으로 사지마비 된 간호조무사가 첫 산재가 인정되면서 질병관리청 인과성 평가분류에 변화가 있었는데 효과가 있었나요.

인과성 판단에 총 5단계가 있어요. 사지마비로 첫 산재처리를 받는 사례가 생기면서 개정이 됐는데 솔직히 큰 변화는 못 느끼고 있어요. 인과성 범위를 늘렸지만 인정자체를 안 해주니까 의미가 없죠. 4단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중 4-1은 의료비 지원이 되는데 이것도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이 돼요. 정부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작용에 대해 책임져주겠다, 피해보상 범위를 확대하겠다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어떤 분은 의료비가 6000만원 넘게 나와서 이 정도의 지원금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되고 있어요. 특히 유가족분들 중 하루 이틀 치료하다가 돌아가신 경우 의료비 지원이 크게 의미가 없어요. 사실상 백신 피해자분들은 지원금보다는 인과성을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인과성 심의기준 ⓒ질병관리청

Q. 백신 부작용 의심 사례라고 신고했을 때, 병원과 정부의 반응은 어땠나요.

당시 뇌출혈수술을 했던 병원 측에서는 백신과 뇌출혈의 인과관계를 추론은 할 수 있지만 인과성을 밝히기가 힘들다며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백신접종 후에 나타난 증상들이 입증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면서요. 보건소에서는 어머님이 쓰러지시고 딱 한 번 전화가 왔었어요. 근데 보건소에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야되냐, 부검을 해야되는거냐 물었지만 보건소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듯 말했어요. 저는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당연히 부검을 해서 명명백백 인과성을 밝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건소직원에게 부검을 해서 역학조사를 진행해야 되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마저도 보건소에서는 명확하게 답변을 안 했어요. 다행히 제가 경찰이라 부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사인이 불명확하니까 부검을 진행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다른 유가족들의 경우 부검안내를 받지 않은 분들도 있고 차마 부검을 할 수 없어서 부검을 하지 않은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당시 질병청이나 병원에서 부검 안내를 제대로 받지 않은 분들은 인과성을 밝히기 힘든 처지가 됐습니다.

Q. 부검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장례 중에 부검이 진행됐어요. 근데 부검을 진행한 다음 날 질병청에서 인과성심의회의를 열더니 명확히 인과성이 없다는 5단계의 심의결과를 내렸더군요. 심지어 저는 이 결과도 기사를 통해 알게 됐어요. 직계가족한테 결과를 먼저 통보하지도 않고 기사가 먼저 나온 겁니다. 부검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남은 상태에서 인과성이 명확하게 없다고 나와 너무 어이가 없어 질병관리청에 전화를 했더니 담당 팀장은 부검 결과와 상관없이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매우 당황스러웠고 힘들었어요.

이은석님 ⓒ투데이신문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 이은석 제주지부장 ⓒ투데이신문

Q. 인과성 입증을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요.

어머님이 6개월 전 CT 촬영을 진행했는데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셨어요. 그래서 당시 진단서와 부검 결과서를 가지고 질병관리청을 찾아갔어요. 제가 자초지종 상황을 설명했더니 질병청 직원들은 아무 말을 못 하고 듣고만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재심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하며 피해보상 이의신청을 안내했습니다. 이후 언론에 보도가 되고 관심을 받자 질병청에서 인과성 결과에 대해 재심의를 진행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평가분류가 5단계에서 한 단계 오른 4-2단계로 변경됐습니다. 여전히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고 보상은 제외되는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 4-2단계를 받았어요. 질병관리청은 기준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변경된 것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Q. 인과성을 입증하고 백신 피해를 주장하는 과정 중 가장 힘드셨던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부가 피해자들과 전혀 소통하고 있지 않은 점입니다. 어머님이 입원해 계실 때 질병관리청 담당팀과 20분 정도 통화를 했었어요. 전화를 그쪽에서 먼저 끊는 등 불친절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소속과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 전화마저 대답하지 않고 끊어버렸어요. 이후 몇 시간 동안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다가 다른 팀에 전화를 걸어 담당부서로 연결했더니 그제야 제 전화를 받았어요. 다른 코백회 분들도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게 질병관리청에 전화하는 거조차 매우 힘들다는 거예요. 백신 피해에 대해 어디에 전화하면 되는 건지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담당자분들이 매뉴얼을 전혀 숙지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이러다가 골든타임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고 힘들었어요.

Q. 추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정부는 지속적으로 해외 사례만 보여주면서 인과성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행정소송은 인과성 통보를 받고 90일 이내 진행해야 돼 현재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바쁘지만 인과성을 인정받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역학조사관이 전화 와서 질병관리청은 반응이 없다며 소송밖에 방법이 없다고 안내를 해주셨어요. 다음 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코백회 회원들과 촛불집회를 진행하는데 참석해서 피해 사실과 인과성 인정을 위해 말을 전할 계획입니다. 어머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인과성을 인정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고 또 싸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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