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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비밀' 되나... 2심서 뒤집힌 코로나 백신 계약서 공개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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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들만의 비밀' 되나... 2심서 뒤집힌 코로나 백신 계약서 공개 소송

입력
2024.02.01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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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일부 백신 가격·면책조항 '공개'
항소심은 영업상 비밀 인정해 '비공개'
양측 상고 검토... 대법에서 결판날 듯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268만 회분이 국내에 도착한 2021년 9월 1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경찰과 군의 경호 속에 백신이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268만 회분이 국내에 도착한 2021년 9월 1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경찰과 군의 경호 속에 백신이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생 유튜버'로 알려진 양대림(21)씨가 방역 당국을 상대로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과 맺은 백신 공급계약서를 공개하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1심은 모더나 백신 공급가격과 각 제약사의 면책조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계약서의 공개 범위를 축소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당시 논란이 됐던 백신 가격이나 제약사 면책조항 세부 내용이 비공개 정보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비밀유지 협약 불인정, 경영·영업상 비밀은 인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내 대법정. 대법원 홈페이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내 대법정. 대법원 홈페이지

31일 양씨에 따르면 해당 소송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4-2부(부장 한규현)는 이달 17일 1심 재판부의 주요 공개 결정을 취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양씨는 2022년 국민의 알권리 등을 들어 질병관리청에 코로나19 백신 공급계약서 내용 전체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가 거부당하자 그해 4월 질병청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문을 보면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질병청이 주장한 정보공개청구 거부 사유 중 계약서상의 비밀유지 협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협약 내용이 법률 문제 서술에 불과해 비밀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에 저해되거나 국민의 신체·재산 보호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얀센)의 백신 공급가격과 각 제약사와의 계약서에 포함된 면책조항 등은 경영·영업상 비밀로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형식적으로는 원고(양대림) 일부 승소 판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보공개법상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이라며 원심 판결에 항소한 질병청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앞서 지난해 2월 10일 선고된 1심 판결에서 면책조항은 비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백신 공급계약서 일부가 공개됐고, 국내에서도 면책조항 존재 자체가 알려져 있어 보다 자세한 내용이 공개돼도 제약사들의 정당한 이익을 추가로 저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판결문 별지에 담긴 계약서 내용 중 비공개 정보 목록에도 면책조항은 빠졌다.

백신 가격과 지급 조건은 1심에서도 원칙적으로 비공개 대상 정보로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4개 제약사 가운데 모더나 백신 가격은 공개하도록 했는데, 이 결정도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1심 판결문에는 모더나 백신에 대해서만 가격 공개 결정을 내린 이유가 나오지 않고, 양씨에 따르면 재판 과정에서도 이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1·2심 같은 판결로 가격 공개 어려워져... 남은 쟁점은 면책조항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투입한 예산은 2022년 2분기까지 5조 원이 넘었고,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는 누적 7조5,567억 원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투입한 예산은 2022년 2분기까지 5조 원이 넘었고,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는 누적 7조5,567억 원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백신 계약서 공개 소송이 시작된 2022년은 질병청이 코로나19 백신 구입에 누적 5조 원 이상 투입한 시기다. 당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백신 확보에 뛰어들었던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내에서는 도입 물량 대비 접종자가 적어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되는 백신이 급증하며 재정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처음 상용화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 백신에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계약서상 제약사 면책조항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활한 백신 수급을 위해 접종 부작용에 따른 제약사 책임을 덜어주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도 일었다.

양씨는 핵심 정보 공개가 항소심에서 막혔다며 상고할 계획을 밝혔다. 양씨는 "비공개 합의를 이유로 계약서 공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하고 일부나마 공개를 명한 게 이번 소송의 의미"라며 "2심에서 비공개 대상 정보로 판결된 부분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받아 보겠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공급가격 비공개는 모더나 백신 부분을 제외하면 1, 2심 판결이 동일해 대법원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면서도, 면책조항 공개 여부는 원심 판단이 엇갈렸던 만큼 대법원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질병청도 지난 26일 판결문을 송달받아 검토에 들어갔다. 질병청 관계자는 "면밀히 검토해 추후 상고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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